봄밤이야 1 / 장옥관

봄밤이다 1
장옥관

돼지가 생각나는 봄밤입니다
땅속에 돼지감자가 무성하게 자라는 봄밤입니다
흑돼지들이 벚나무 아래에서 노닐고 있다
봄밤이야 하이힐 신은 돼지
뻣뻣한 머리카락으로 나무 줄기를 비비고 있는 봄밤입니다.


미나리는 미나리에서 자랍니다.


오줌 주머니처럼 부풀어 오른 달
섬세한 꽃잎이 돼지의 코를 쳤다.


깻잎털 여중생들이 운동장에서 침을 뱉는 모습
돼지를 만나는 봄밤입니다.

돼지는 봄밤에 자란다.


골목을 찌르는 수천, 수만 마리의 돼지들
봄밤은 어두운 하수구로 흘러들어가
풀려난 돼지를 모두 풍선에 매달기
하늘을 날고 싶어
봄밤이야

_《아무도 없다고 하더군요.》(문학동네, 2022)


어제는 더 많은 목련이 속삭이는 봄밤이었습니다.


누가 더 자랐나
오늘은 목련의 머리를 세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