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성서 2013년 02월] 만나고 싶었습니다그의 꿈이 더욱 아름다운 이유탤런트 서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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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미뤄지던 만남 날짜에 가슴 졸인 때문일까!
약속 장소로 가는 내내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마저 불편함보다는 축복으로 다가왔다.
전국이 온통 하얀 눈으로 덮인 날, 탤런트 서현진 씨를 만났다.
드라마 「짝패」에서 용감한 여 의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후, 얼마 전 막을 내린 「신들의 만찬」에선 악역이면서도 애처로움을 자아내는 연기로 주목을 받았던 배우 서현진. 요즘은 일일드라마 「오자룡이 간다」에서 선하고도 소박한 여성인 ‘나진주’ 역으로 단아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일일드라마이고 보니 벌써 몇 주째 강행군이라고 했다.
빽빽한 스케줄에 거의 떼를 쓰다시피 약속을 잡았던지라 몸도 마음도 지치지는 않았을지 조금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서현진 씨는 만나자마자 함박웃음으로 반겨주었다.
궂은 날씨에 먼 길 와 주셔서 고맙다고 오히려 미안해하며.2001년 걸그룹 ‘밀크’로 데뷔한 후 지난 연말에 MBC 연기대상에서 우수연기상을 수상할 만큼 이제 연기자로서 탄탄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서현진 씨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서현진 가브리엘라’라고 이름을 올려놓을 만큼 열심한 가톨릭 신자이다.
가톨릭교회의 여러 활동에서도 자주 얼굴을 보아온 터여서 바쁜 일정 중에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 먼저 물었다.
“주일에 촬영스케줄이 잡히면 토요일에 특전미사를 드려요. 토요일 주일 모두 어려울 땐 주님의 기도 서른세 번을 바치고요.” 기대 이상의 답에 깜짝 놀라는데, 매일 평일미사를 드리지 못하기에 묵주기도를 열심히 바치고 있다고도 귀띔해 준다.
신앙 이야기를 꺼내자 얼굴에 반짝반짝 생기가 돌더니, 그는 신앙을 통해 위로를 많이 받았다며 자신의 기도 체험도 들려준다.
“누군가를 일주일 내내 미워했던 적이 있었어요. 너무 힘들었는데 길을 가다 우연히 성당이 보여서 무작정 들어가서 앉아 있었어요. 그러다가 무릎을 꿇고 기도했고 나중엔 제대 앞에 엎드려서 엉엉 울었어요. 2시간 동안이나. 그런데 신기하게도 미움이 싹 사라졌어요.” 그 순간 ‘아, 하느님이 계시는구나!
’ 하는 확신이 들었고 그때 이후로 흔들림이 없었노라고. 그래서 자신에게 신앙은 과거엔 위로였단다.
그리고 지금은 희망이라며 다시금 환하게 웃는다.
재능 기부나 봉사를 통해 교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서현진 씨는 지난 2011년부터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 ‘생명수호천사’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실은 가까운 지인을 자살로 잃었는데 묘하게도 그해에 ‘생명수호천사’ 제안을 받게 되었단다.
“자살은 자살한 그분만이 아니라 그 가정도 풍비박산이 나고 가족들의 삶까지 피폐하게 만든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자살에까지 이르기 전에, 우울증을 겪고 있을 때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그에게서 안타까움과 절실함이 전해져 왔다.
자신의 인생의 목표를 바꾸어 놓은 일로 서현진 씨는 2005년 몽골로 떠났던 띠앗누리 봉사를 꼽았다.
“온전히 남을 위해 무언가 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하루 종일 기도 안에서 지냈던 체험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때 언젠가 봉사의 삶을 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며 마음속 소중한 꿈도 조심스레 꺼내놓는다.
2008년 캄보디아에서의 두 번째 봉사 역시 이 꿈을 더욱 단단하게 해 주었다고. 그리고 그때 자신이 돌보았던 아이 이름을 알려 준다.
‘투문바이르’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발음하는 그의 목소리에 아이를 향한 그리움과 사랑이 잔뜩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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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참 고운 서현진 씨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여전히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유난히 포근하게 느껴지는 눈송이들을 바라보는데 문득 어느 자선단체 홍보광고에서 아프리카의 아이를 품에 안고 있던 노년의 오드리 헵번이 떠올랐다.
이미 주름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젊고 화려했던 영화 속에서의 모습보다 더 깊은 감동을 주었던… 그 아름다운 얼굴 위로 서현진 씨의 해맑은 모습이 새로이 그려졌다.
이 함박눈처럼 그에게 늘 은총을 펑펑 쏟아주시기를, 그 아름다운 꿈 꼭 이뤄 주시기를… 그와의 따뜻한 만남은 어느새 애틋한 기도로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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