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스포츠의류기업 나이키(NIKE). 2006년 마크 파커가 CEO로 취임할 당시 그의 어깨는 무거웠다. 이미 클수록 커진 나이키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것. 매우 어려운 임무가 주어졌지만 파커는 나이키의 디지털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이를 잘 수행하고 있다. 2015년에는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를 제치고 미국 포천지에 선정된 ‘올해의 경영자’ 1위가 됐다.
나이키는 더 이상 상승할 곳이 없어 보였지만 파커가 CEO에 임명된 이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파커 취임 직전인 2005년 137억달러(약 17조)였던 나이키의 매출은 올해 363억달러(약 44조)로 늘었고 시가총액은 5배 이상 증가했다. 전설적인 창업주 필 나이트의 뒤를 이어야 한다는 부담을 떨쳐내고 나이키를 더욱 성장시켰다.
나이키 CEO 마크 파커의 모습 출처 pinterest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디자이너 출신은 사업 시야가 좁다는 편견을 깬 것이 인상적이다. 신소재와의 융합과 디지털 혁신 등 새로운 시도를 주도하며 업계 1위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디자인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부서를 거치며 눈높이를 키운 것이 주효했다. 나이키가 그를 CEO로 선임한 이유 역시 풍부한 부서 간 협력 경험과 넓은 시야였다. 협력 경험이 혁신적 역량으로 부각됐다는 평가다.’달리기광’이었던 소년…전설의 운동화 디자이너를 거쳐 CEO가 된 13년째, 나이키를 이끌고 있는 마크 파커는 나이키의 세 번째 CEO다. 그는 여러모로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디자이너 출신이라는 점에서다.
1955년 미국 뉴욕 주 포킵시에서 태어난 그는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 나이키에 구두 디자이너로 입사했다. 고교 시절 장거리 육상선수로 활약하며 달리기를 즐겼던 그는 달릴 때 좀 더 편한 신발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가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동기다. 대학에서는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다른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덕분에 다양한 상상을 하면서 신발로 연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파커 CEO가 디자인한 나이키 에어맥스 울트라M(왼쪽) 출처 나이키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그의 손을 거친 에어맥스, 페가수스, 조던 시리즈 등의 모델은 역사적인 인기 모델이 됐다. 지금도 CEO라는 직함에 앞서 전설의 운동화 디자이너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가 디자인했다고 하니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그의 명성은 사내 조직명에 그대로 나타난다. 나이키의 핵심 디자인 팀은 ‘HTM 팀’으로 불리는데 스트리트 패션의 아버지 후지와라 히로시(Fujiwara Hiroshi), 에어맥스, 에어조던 유행의 주역인 팅커 해트필드(Tinker Hatfield), 마크 파커(Mark Parker)의 이름 앞 글자를 딴 이름이다.
2002년에 HTM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래, 한정판 스니커즈 30종 이상을 디자인했다. 특히 2016년 파커는 CEO로서도 나이키와 오랜 인연을 맺은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의 은퇴를 기념하는 코비 11 시리즈를 직접 디자인해 출시했다. 그는 “HTM의 제휴는 마치 재즈 밴드의 즉흥 연주 같은 것”이라며”여기저기로 변형된 아이디어가 합쳐진 자유로운 화음을 만들어 내”이라고 말했다.

코비 브라이언트(왼쪽)와 코비 11(오른쪽)의 모습 출처 나이키 공식 홈페이지 디자이너로서 전설적인 업적을 남겼지만 그는 디자인에만 매여 있었던 것은 아니다. 회사에서 여러 핵심 부서를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 엔지니어링 및 디자인 부문 총괄, 운동화 부문 총괄, 런닝화 및 특수운동화 마케팅 총괄, 스페셜 디자인 프로젝트 팀장 등 CEO 취임 전 27년간 나이키 곳곳을 거치며 경영 역량을 키웠다. CEO가 된 뒤에도 이 회장은 디자인과 경영실적 한 쪽에만 몰두하지 않고 절묘한 균형감각을 발휘하고 있다. 경영 측면에서 디지털 등 다양한 트렌드 키워드를 접목하는 한편 실적에 맞추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시에 숫자에만 얽매이지 않기 위해 신발 디자인 업무를 현재 총괄하고 있다. 운동화 제조업이 가진 상품으로서의 본질과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스포츠 산업의 속성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고 있다. 그 사업체들이 이 사업체들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출처 나이키 공식 홈페이지 혁신의 바람을 일으킨 나이키 잡스의 독특한 점이라면 스타 경영인답지 않은 내성적이라는 점도 꼽힌다. 실제로 창업주 필 나이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와 마크 파커 모두 내향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내성적이지만 꼼꼼하고 탐구심 왕성한 성격은 훌륭한 CEO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그는 회의 때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끊임없이 질문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상사의 명령식이 아니라 함께 정답을 찾는 리더십으로 해석된다. 이런 리더십은 나이키의 각 사업부 리더들 스스로 어떻게 하면 회사가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가 이룩한 성과를 보면 파커는 CEO가 꼭 외향적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퓨얼밴드의 모습 출소 나이키 공식 홈페이지 운동화 제조업에 종사하면서도 IT 기술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인 점도 흥미롭다. 특히 그는 나이키의 잡스로도 불리지만 실제로 스티브 잡스와도 친분이 있어 서로 영감을 나눈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파커는 CEO 취임 이후 IT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시도를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CEO에 취임하자마자”디지털 스포츠 부문”을 신설하고 나이키 엔지니어들에 IT기기와 연동시켜서 데이터 분석하도록 하고 이를 제품으로 구현했다. 2012년 출시된 퓨얼밴드가 대표적이다. 퓨얼밴드는 위치와 거리, 높이 등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내장해 일상의 모든 신체 움직임을 측정하는 전자팔찌다.